Saturday, March 21, 2009
김한준 실장님 말씀
lecture 2.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았던 사진 이야기
사진 공부를 외국에서 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3년 과정의 사진 학교를 다녔는데 1년 반은 기술을 배우는 커리큘럼이었고 나머지 1년 반은 감성으로 사진을 찍는 과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잠깐 삼천포로 빠지겠습니다.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사진이라는 매체는 이성과 감성, 즉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매체입니다.
너무 지루하지도 단순하지 않은, 균형을 잘 맞추어 살랑대는 시소처럼 뇌 전체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흥미로운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을 배우는 1년 반 동안에는 한국 학생들이 단연 일등입니다.
마치 구두기능공 대회에서 일등을 휩쓸어 오듯 말입니다.
하지만 감성을 강조하는 나머지 1년 반 동안에는 항상 우등생이었던 한국학생들은 열등생이 되고 맙니다.
물론 저를 포함하여 말이죠.
저는 정치, 교육, 경제에 큰 관심은 없는 사람입니다만 대학 과정까지 한국에서 마치고 유학을 떠난 저의 두뇌는
이미 창의성을 관장하는 우뇌가 굳어 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획일성, 주입식 또는 우리만의 유니크 한 입시 제도가 저의 우뇌를
서양아이들의 그것보다 딱딱하게 만들었다고 아직도 의심하고 있으며 그 사실이 내심 분하기도 합니다.
황사가 조금 짙었지만 햇살 좋던 일요일이었습니다.
신사동 가로수 길에서 어슬렁대며 오후를 즐겼습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며 내심 흐뭇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진인구들이 값비싼 카메라를 메고 선유도 공원에서 똑같은 사진을 찍고
신차 발표회장의 레이싱 걸을 둘러싸고 이글이글 거리는 눈빛으로 같은 사진을 찍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습니다.
인사동 쌈지길에 군중들이 와글거리며 모여 있기에 무슨 일이 일어 난줄 알았더니 모두 같은 곳을 촬영하고 있는 사진인 들이었습니다.
거기서 소리를 빽~하고 질러서 해산시키고 싶었지만 그저 상상 속으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을 뿐입니다.
노출, 구도, 초점 등등의 틀 속에 여러분을 가두지 말았으면 합니다.
만두? 혹은 아빠 빽통?이라고 불리우는 값비싼 렌즈가 선사하는 몽환적인 아웃포커스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베고 자면 목 디스크가 걸릴 정도의 부담스러운 DSLR 테크닉 북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힙니다.
카메라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은 새로 산 카메라 상자속의 매뉴얼을 읽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전국 수석을 한 학생의 믿겨지지 않는 멘트를 믿어 보시기 바랍니다.
“ 전 단지 교과서만 봤답니다... 후훗 ”이라고 부끄럽게 말하는 9시 뉴스의 얄밉고 의심스러운 합격 소감은
진정으로 사진에도 적용 가능한 멘트임이 확실합니다.
사진을 즐기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감성이라는 뇌 한쪽의 후미진 동네입니다.
굳어버린 여러분의 우뇌를 노곤노곤 하게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가슴을 열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진기를 목에 걸고 동네를 한 바퀴 산보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즐거운 놀이를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왜 초점이 맞지 않았나요... 수평선이 맞지 않아요? 전문 사진작가가... 하는 진부한 질문은
플라스틱 막걸리 병으로 머리를 맞을 만큼 식상합니다.
고개를 갸우뚱 하고 세상을 보면 수평선도 갸우뚱 기울어집니다.
그대로 사진을 찍으면 남들과 조금 다르게 보는 세상이 찍혀지는 것이고 그렇게 갸우뚱하게 찍은 사람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갸우뚱하다고 질책하는 사람들은 너무 공산당스럽지 않습니까?
모든 사진속의 구성이 1:1.618의 황금비율로 찍혀져 있다며 얼마나 답답할까요?
생각과 사고 그리고 시각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사진인 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여러 사진 사이트에서 금주의 사진을 선정하여 박수를 짝짝짝 쳐주고
작가도 미처 상상치 못한 그럴싸한 컨셉을 다른 이가 지어주며 칭찬하고
뷰어들에게 그 사진을 클릭하여 감상하게끔 하는 것이 내심 씁쓸합니다.
잘 찍은 사진과 못 찍은 혹은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의 경계는 세상에 없습니다.
다만 많은 수가 공감하는 사진과 그렇지 못하는 경계는 존재하겠지만 다수가 주는 위압감 아래에서
나만의 스타일이 성장하지 못하여 감성적인 난장이가 되어버리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지난주 장원에 당선된 사진이 머릿속 한 구석에 잠상으로 맺혀 자기만의 시각을 방해하는 것이 속상합니다.
이번 주 과제는 굳어있는 우뇌에 호사스러운 마사지 서비스를 하고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었던 유년시절의 기억과 한문 선생님에게 두드려 맞던 다 커서도 반사 작용을 일으키는 몹쓸 기억을 지우는 것입니다.
사고치지 않을 정도로 술에 취해 보는 것.
유섭 카쉬의 사진전을 보고 그와 그에 사진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해 보는 것.
선곡 좋은 클럽의 스피커 바로 앞에 서서 심장이 쿵쾅대는 음악을 느끼고 오는 것.
아이쇼핑을 넉넉히 하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상상을 하는 것.
영화 세편을 연달아 보고 엉덩이가 얼얼해짐을 느껴 보는 것.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타이어 굴러 가는대로 여행을 떠나는 것.
카페에서 혼자 커피마시며 건너편 커플에게 질투어린 관심을 가지는 것... 입니다.
이 중 한 가지를 경험해보세요.
그리고서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새로운 느낌의 자신만의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일부러 그러려고 해도 좋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면 더 더욱 좋겠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사소한 감동은 나만의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불끈하는 의지의 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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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실장님....
멋지다....
사진 공부를 외국에서 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3년 과정의 사진 학교를 다녔는데 1년 반은 기술을 배우는 커리큘럼이었고 나머지 1년 반은 감성으로 사진을 찍는 과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잠깐 삼천포로 빠지겠습니다.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사진이라는 매체는 이성과 감성, 즉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매체입니다.
너무 지루하지도 단순하지 않은, 균형을 잘 맞추어 살랑대는 시소처럼 뇌 전체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흥미로운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을 배우는 1년 반 동안에는 한국 학생들이 단연 일등입니다.
마치 구두기능공 대회에서 일등을 휩쓸어 오듯 말입니다.
하지만 감성을 강조하는 나머지 1년 반 동안에는 항상 우등생이었던 한국학생들은 열등생이 되고 맙니다.
물론 저를 포함하여 말이죠.
저는 정치, 교육, 경제에 큰 관심은 없는 사람입니다만 대학 과정까지 한국에서 마치고 유학을 떠난 저의 두뇌는
이미 창의성을 관장하는 우뇌가 굳어 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획일성, 주입식 또는 우리만의 유니크 한 입시 제도가 저의 우뇌를
서양아이들의 그것보다 딱딱하게 만들었다고 아직도 의심하고 있으며 그 사실이 내심 분하기도 합니다.
황사가 조금 짙었지만 햇살 좋던 일요일이었습니다.
신사동 가로수 길에서 어슬렁대며 오후를 즐겼습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며 내심 흐뭇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진인구들이 값비싼 카메라를 메고 선유도 공원에서 똑같은 사진을 찍고
신차 발표회장의 레이싱 걸을 둘러싸고 이글이글 거리는 눈빛으로 같은 사진을 찍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습니다.
인사동 쌈지길에 군중들이 와글거리며 모여 있기에 무슨 일이 일어 난줄 알았더니 모두 같은 곳을 촬영하고 있는 사진인 들이었습니다.
거기서 소리를 빽~하고 질러서 해산시키고 싶었지만 그저 상상 속으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을 뿐입니다.
노출, 구도, 초점 등등의 틀 속에 여러분을 가두지 말았으면 합니다.
만두? 혹은 아빠 빽통?이라고 불리우는 값비싼 렌즈가 선사하는 몽환적인 아웃포커스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베고 자면 목 디스크가 걸릴 정도의 부담스러운 DSLR 테크닉 북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힙니다.
카메라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은 새로 산 카메라 상자속의 매뉴얼을 읽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전국 수석을 한 학생의 믿겨지지 않는 멘트를 믿어 보시기 바랍니다.
“ 전 단지 교과서만 봤답니다... 후훗 ”이라고 부끄럽게 말하는 9시 뉴스의 얄밉고 의심스러운 합격 소감은
진정으로 사진에도 적용 가능한 멘트임이 확실합니다.
사진을 즐기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감성이라는 뇌 한쪽의 후미진 동네입니다.
굳어버린 여러분의 우뇌를 노곤노곤 하게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가슴을 열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진기를 목에 걸고 동네를 한 바퀴 산보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즐거운 놀이를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왜 초점이 맞지 않았나요... 수평선이 맞지 않아요? 전문 사진작가가... 하는 진부한 질문은
플라스틱 막걸리 병으로 머리를 맞을 만큼 식상합니다.
고개를 갸우뚱 하고 세상을 보면 수평선도 갸우뚱 기울어집니다.
그대로 사진을 찍으면 남들과 조금 다르게 보는 세상이 찍혀지는 것이고 그렇게 갸우뚱하게 찍은 사람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갸우뚱하다고 질책하는 사람들은 너무 공산당스럽지 않습니까?
모든 사진속의 구성이 1:1.618의 황금비율로 찍혀져 있다며 얼마나 답답할까요?
생각과 사고 그리고 시각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사진인 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여러 사진 사이트에서 금주의 사진을 선정하여 박수를 짝짝짝 쳐주고
작가도 미처 상상치 못한 그럴싸한 컨셉을 다른 이가 지어주며 칭찬하고
뷰어들에게 그 사진을 클릭하여 감상하게끔 하는 것이 내심 씁쓸합니다.
잘 찍은 사진과 못 찍은 혹은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의 경계는 세상에 없습니다.
다만 많은 수가 공감하는 사진과 그렇지 못하는 경계는 존재하겠지만 다수가 주는 위압감 아래에서
나만의 스타일이 성장하지 못하여 감성적인 난장이가 되어버리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지난주 장원에 당선된 사진이 머릿속 한 구석에 잠상으로 맺혀 자기만의 시각을 방해하는 것이 속상합니다.
이번 주 과제는 굳어있는 우뇌에 호사스러운 마사지 서비스를 하고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었던 유년시절의 기억과 한문 선생님에게 두드려 맞던 다 커서도 반사 작용을 일으키는 몹쓸 기억을 지우는 것입니다.
사고치지 않을 정도로 술에 취해 보는 것.
유섭 카쉬의 사진전을 보고 그와 그에 사진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해 보는 것.
선곡 좋은 클럽의 스피커 바로 앞에 서서 심장이 쿵쾅대는 음악을 느끼고 오는 것.
아이쇼핑을 넉넉히 하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상상을 하는 것.
영화 세편을 연달아 보고 엉덩이가 얼얼해짐을 느껴 보는 것.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타이어 굴러 가는대로 여행을 떠나는 것.
카페에서 혼자 커피마시며 건너편 커플에게 질투어린 관심을 가지는 것... 입니다.
이 중 한 가지를 경험해보세요.
그리고서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새로운 느낌의 자신만의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일부러 그러려고 해도 좋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면 더 더욱 좋겠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사소한 감동은 나만의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불끈하는 의지의 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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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실장님....
멋지다....
posted by
lee h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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